반쪽짜리 새정치민주연합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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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6-03 19:57본문
반쪽짜리 새정치민주연합 워크숍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경기 양평 가나안농군학교에서 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워크숍은 '단결과 변화, 민생총력 국회'란 슬로건을 내걸고 격론을 벌이는 등 열기가 뜨거웠으나 '반쪽짜리'란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번 워크숍에는 의원 130명 중 110여명이 참석해 다소 높은 참석률을 보였지만 정작 문재인 대표와 대척점에 섰던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주선·조경태 의원 등이 불참해 '화합'의 의미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화합' 강조불구 의원 30여명 조기퇴소…'물갈이' 위기감
안 전 공동대표는 워크숍에 불참한 대신 참석했던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2017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전 공동대표 측은 "예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라며 워크숍 불참 이유를 해명했지만, 당 지도부가 혁신과 단합을 외치는 와중에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간 퇴소는 불가하다는 가나안농군학교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3일 아침에는 메르스 대책위원장으로 임명돼 급히 국회로 돌아간 추미애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도 30여명의 의원들이 조기 퇴소해 '단합'을 무색케 했다. 당 관계자는 "워크숍 시작 전에 이미 사유서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워크숍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에 대한 지적들을 쏟아내며 '불편'한 기류가 이어졌다. 특히 비노계의 또 다른 주축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호남 의원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2일 첫 일정으로 잡힌 배나무 열매 솎아내기 작업에서는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물갈이'에 대한 의원들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몇몇 의원들은 열매를 잘라내며 "될 놈만 남기고 잘라내는 게 공천과 비슷하다"거나, "미리 솎아내야 나머지 열매가 잘 자란다"며 이른바 '물갈이론'을 의식한 듯 농담을 주고받았다. 호남 출신인 이윤석 공동원내수석부대표는 "'호남 물갈이론' 이야길 자꾸 꺼내면 벼락을 맞는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못생긴 배를 잘라내니까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약한 배를 자르니 내가 나를 잘라내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문 대표는 이에 "그 상상력이 정말 발랄하면서 기발하다"며 웃어 보이면서도 "가지를 치되, 제일 크고 우뚝 선 게 좋은 게 아니라더라"며 맞받아쳤다.
'호남신당론' 반대 속 문 대표 책임론 여전
이날 저녁 4·29 재보궐선거 4개 지역에 대한 FGI(포커스그룹 인터뷰) 결과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신당론'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전히 문재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내에서 95% 이상은 조용한데 양극단의 계파가 문제다. 선거가 끝난 뒤 입이 없어서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조용히 있는 게 당을 위하는 길이니 이야기 않는 것"이라며 "통합보다는 야권분열은 안 된다는 민심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다. 친노에도 문제가 있지만 분열하면 진다"며 '호남신당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호남 민심을 떠나 이제 국민의 공통적인 민심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대로 안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재보선 지역 4곳 중 광주는 확실히 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분위기"라며 "(여론조사 기관 보고에 따르면)광주의 경우 문 대표에 대한 불만이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에 대한 호남의원들 우려도 터져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문 대표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에 대한 호남 소속 의원들의 우려가 빗발쳤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당의 정체성, 리더십, 조직건강성, 야당으로의 투쟁성 회복 등 4대 과제로 당을 혁신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설명해 달라"고 지적했고, 유성엽 의원은 "새누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능가하는 혁신안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기식 의원은 "본질적인 문제로 '일점돌파'해 풀어나가야 한다. 종합대책 발표식으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꾸 지연되면 피로감 때문에 혁신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혁신위 구성을 재촉하면서 "문 대표는 자기가 약속한대로 모든 것을 혁신위에 내려놓아야 한다. 얼마나 내려놓느냐에 따라 성공여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당 내홍 수습을 위한 시도가 좀처럼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워크숍 이틀째인 3일 오후 주 의원에게 '공갈' 발언으로 최고위원직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자숙 중이던 정청래 의원이 뒤늦게 워크숍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주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진행된 원탁토론에서 같은 조에 배정됐다.
주 의원은 원탁토론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최고위원이 여수에 와서 했던 사과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였고 윤리심판원 자리에서도 선처를 부탁했었다"며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해선 안 되고, 같은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 당이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원내대표는 원탁토론 도중 기자들과 만나 "터놓고 반성도 하고, 토론도 하고, 공격도 하고, 거기에서 보편타당한 가치를 찾아가야지 여기다 몰아넣고 3분 동안 답하고, 100분토론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가"라고 말하면서 행사방식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도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