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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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연구의 巨頭,한국외대 이장희 교수 정년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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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류재복 작성일 15-03-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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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봉직한 한국외대 떠나게 돼
"아사연에 국제법아카데미 개설, 국제법 상식 알리겠다"

한국 국제법학계의 개척자요 권위자로 외교·통일 분야를 비롯한 우리 사회 주요 현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관여해 온 이장희(65)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과)가 이달 말에 정년 퇴임한다.“국제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 강의한 근 40년 세월이 순식간이었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정년기념 학술대회와 ‘퇴임강연’도 성황리에 마치고 당일저녁에 열린 정년퇴임식 및 출판회 역시 300여명의 축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잘 마쳤다. 이장희 교수는 항상 ‘만보기’를 차고 다니면서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3월 말, 24돌을 맞는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아사연. 1991년 창설 이래 그가 원장을 맡고 있다)을 회기동으로 옮겨, 한국국제법 아카데미 일반과정과 심화과정을 개설하는 일로 바쁘다. 그리고 이제까지 써온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면서 "퇴임 뒤 우선 할 일이 이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일 정년퇴임식에서 증정한 서론이자 총론 격인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이란 책에는 평화통일과 북핵, 한일 과거사 청산, 독도 문제, 한미 관계,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등 9개 항을 골라 묶었으며 이후 각론 서적들을 계속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이기도 한 이 교수는 “국제법은 유럽 열강이 제국주의 침략·식민지배 등 불법행위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무기로 활용했다”면서 “국제법 이론에는 서구 열강의 전략적 지배논리가 녹아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을 연구하는 것은 그 이론 자체가 국제정의와 법적 정당성에 부합해서가 아니다. 힘을 배경으로 한 열강의 지배논리를 정확하게 간파해서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근대 일본과 중국·조선의 운명이 갈라진 것은 국제법에 대한 인식과 대처 자세가 달랐던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동해안 감포에 가까운 양북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부산상고를 거쳐 고려대 법대를 나온 그가 국제법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73년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석사과정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당시 거기서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때 일본의 외국인등록법과 지문날인이 큰 문제가 돼 있었다. 그들을 통해 일본의 재일동포에 대한 민족차별 정책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에 눈떠 동포 권익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방안 연구에 골몰했다.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소수민족의 국제적 보호조약 연구'였다. 한일 간 과거사 미청산 문제들 해결에 힘을 쏟아온 그의 연구원, 시민운동가, 정부 자문위원으로서의 남다른 활동이 거기서 시작된 셈이다.

고려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재학 당시 박정희 정권의 삼선개헌 반대에 앞장섰고 ‘유신독재’가 시작된 1972년 10월 유신헌법 선포 직후에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붙잡혀 고초도 겪었다. 다행이 선고유예로 풀려나 무기정학 처분으로 처리됐는데, 이 ‘전과’가 평생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지만 우여곡절 끝에 1975년 육군제3사관학교 교수가 됐고, 3년 뒤에는 국립 안동교육대로 옮겨 9년을 재직했다.

그후 1987년 외국어대로 옮겨 지금까지 28년간 국제법을 가르쳤다. 안동대 재직 중에 교수와 연구생활을 하면서 주말 틈틈이 서울의 괴테인스티튜트에 다녔고 결국 독일 아데나워 장학생으로 킬대에 유학해 그곳에서 국제법학 박사학위를 거기서 받았다. 이 교수는 “24년간 원장을 맡고있는 아사연도 아데나워 재단 지원으로 설립할 수 있었다. 송건호, 임재경 선생 등도 아사연에서 자주 강의를 했다.”면서 "아데나워 재단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활동영역은 광범위하다.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정책위원장, 민주평통정치외교분과위 상임위원장, 대통령자문 통일외교안보위원장, 6·15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 대한변협독도특별위 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상임의장,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을 맡아 남북의 평화통일 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1995년에 통일부와 아동교육 전문출판사 의뢰로 서울·경기지역 초등학교 5~6년생들을 대상으로 ‘통일이 된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짤막한 응답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나는야, 통일1세대>를 <월간조선>이 난데없이 용공서적으로 모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발간한 지 2년이 넘도록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1997년 연말 대선을 앞두고 <월간조선>이 느닷없이 매도하고 나섰고 자유총연맹과 합세해 나를 구속하고 권오기 당시 통일부 장관을 해임하라며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하여 "당시 대선의 여론조사에서 저조했던 여당후보 이회창 씨를 띄우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 이 교수는 그 일을 꾸민 당사자와 나중에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맞닥뜨려 일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사람이 아직도 방송통신위에서 일하고 있더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또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마저 사실상 미국에 무기한 맡겨버린 것과 관련해서, “평화통일이 되려면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통일한국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데,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통일한국을 그들이 바라겠느냐”며 “지금 한국은 대한제국 말기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마당에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진영외교에서 벗어나 평화·균형외교로 가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가 들어서서, 5·24조치 해제와 동계올림픽 남북 분산개최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서 "국가간 체제 중심에서 빈곤퇴치, 인권 존중의 적극적 평화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국제법의 최근 추세를 주목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로스쿨제 도입으로 법과대학이 폐지되고 국제법이 선택과목이 돼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그는 개탄하면서 국제법 전문대학원, 국제법 담당차관제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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