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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공조 보이스피싱 중국조직 일망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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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7-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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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관을 사칭하며 온갖 수법으로 서민들을 등쳐 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었나? 한국과 중국 경찰의 공조수사로 중국 내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처음 단속되면서 베일에 가렸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 현지에서 전주(錢主) '돈줄'을 확보해 콜센터를 차리고 각기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별로 80개가 넘는 대본을 만들어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여넘긴 치밀함은 보이스피싱이 명실상부 '범죄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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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사장, 웨이터들 데리고 중국 건너가 '전직' 


28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중국 광저우 조직 총책 이모(31)씨는 본디 한국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인물이었다 전해진다. 그러나 201210월께 경영이 어려워지자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중국 광저우로 건너갔다. 그는 현지에서 '백사장'이라는 전주에게서 돈을 지원받아 아파트를 빌려 인터넷 전화와 컴퓨터 등을 설치,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렸다. 당연히 전주에게는 수익의 일부를 주기로 약속했다. 


콜센터가 차려지자 이씨는 과거 알고 지내던 유흥업소 웨이터들을 불러들였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흔쾌히 중국으로 건너온 웨이터들은 콜센터에서 합숙하며 각기 역할을 나눠 일했다. 조직 맨 위에는 '사장' 격인 총책이 있었다. 그 아래 한국에 사기전화를 거는 '콜팀', 한국에서 현금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하는 '인출팀', 송금한 돈을 중국 계좌로 입금받는 '인출관리책'들이 있었다 


콜팀은 한국인, 인출팀은 조선족들로 구성됐다. 팀별로 국적이 같은 팀장을 두고 부하들을 관리하게 했다. 피해액이 입금되면 총책은 이를 인출관리책에게서 전달받아 조직원들에게 월급 형태로 배분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챙겼다. 콜팀은 사기 피해액의 1030%, 인출팀은 인출액의 610%를 받았다. 팀장급에게는 월급 500만원에 피해액의 10%'성과급'으로 돌아갔다. 수익이 짭짤하다 보니 내부 갈등도 생겼다. 수익분배 문제로 조직원 간 다툼이 벌어지자 광저우 조직 TM(전화상담원) 이모(38)씨는 지난해 4월 조직을 나가 아예 새로운 조직을 차렸다. 과거 같이 일하던 조직원들을 끌어들이고, 아파트를 빌려 콜센터를 차리는 등 방식은 광저우 조직과 같았다. 


80여개 상황별 시나리오 짜고피해자와 '밀당' 요령까지 매뉴얼화 했다. 


이들 조직이 피해자를 속여넘기는 데 쓴 수법은 다양했다. 기존 대출보다 많은 금액을 저금리로 대환대출하겠다고 속여 기존 대출 상환금과 수수료를 가로챘다. 대출 조건으로 잔고증명이 필요하다며 돈을 입금하게 하고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넘겨받았다. 부동산 매물을 내놓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고 속이고는 "매수자가 시세평가서를 원한다"며 평가서 발급비용을 요구하는 수법도 있었다. 휴대전화 대출이나 노트북 판매 등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깐깐한 피해자를 만날 때 대응 요령도 아예 매뉴얼로 만들어 상담원들에게 숙지시켰다. 처음 전화를 걸어 '상품 설명'을 할 때, 일단 피해자가 속아넘어온 뒤 2·3차 통화할 때, 보증금을 요구할 때 등 무려 80개가 넘는 '상황별 시나리오'가 문서로 작성됐다.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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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저축은행을 사칭해 대출보증서 발급비용을 요구하다 피해자로부터 의심을 사는 경우가 있다. 매뉴얼에는 처음에는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끝까지 피해자가 의심을 풀지 않을 때는 '한숨도 쉬어가며 냉정하게'라는 구체적인 '지문'까지 넣었다. 고객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요령이다. 


"고객님. 저는 자금을 내어드리려고 도와드리는 거지 수수료 받자고 상담해 드리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고객님과 한두번 통화한 것도 아니고, 의심받으면서까지 설명해 드릴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좋지 않고요. 그냥 팀장님한테 욕 한번 얻어먹을 테니 취소 처리해주세요."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런 매뉴얼뿐 아니라 각종 대출서류 양식, 금융상품 관련 설명 등 상황별로 필요한 정보들을 꼼꼼히 문서로 정리해 조직원들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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