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바지대 난닝구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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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28 03:36본문
빽바지대 난닝구 한판,
빽바지 대 난닝구 오월동주 불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은 정권을 잡은 초기인 2003년에 집권여당 발(發) 정계개편을 단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세력이 주축을 이루던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정당 개혁, 정치 개혁의 완수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집권여당에서 DJ 색깔을 빼고 노무현 색깔을 입히기 위한 친위 쿠데타였다. 당연히 DJ계는 반발했고, 극심한 노선 투쟁이 벌어졌다. 이 때 ‘빽바지’(친노무현계) 대 ‘난닝구’(친DJ계)의 대결이란 말이 나왔다. ‘빽바지’는 그해 4월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유시민 전 의원이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처음 본회장에 등장한 것을 비꼰 말이다. 유 전 의원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따라서 ‘빽바지’는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노계, 개혁세력의 상징처럼 됐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당시 DJ계는 새천년민주당 해체에 거세게 반발했다. 한 남성 당원은 그해 9월 신당 추진을 논의하던 당무회의장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난입했다. 이후 ‘난닝구’는 호남 중심 DJ계, 실용세력의 상징이 됐다. 당시 ‘빽바지’는 ‘난닝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난닝구’는 DJ 정신을 지키겠다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난닝구’는 2004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노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을 문제 삼아 탄핵했을 때 힘을 보태주면서 ‘빽바지’에 보복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 당시 상황이 역방향의 데자뷔가 되고 있다. 양쪽이 충돌한 건 같지만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2003년엔 친노계가 새로운 집권여당을 만들면서 DJ의 새천년민주당을 껍데기만 남기고 빠져나왔다. 지금은 DJ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의 비노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계에 반기를 들면서 ‘분당(分黨)론’을 주장한다.
특히 호남정치의 맥을 잇는 박지원(전남 목포)·주승용(전남 여수을)·박주선 의원(광주 동구) 등이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당 주류 측과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실리를 확보하고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지원 의원은 ‘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지난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비노계를 결집해 문재인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겨뤘으나 패배했다. 박 의원은 4·29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물어 문 대표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당내에 문재인의 대안이 없지 않다. 인재가 많다”는 말도 했다.
주 의원은 친노계 정청래 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공식석상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로 공갈치지 말라’고 하자 당무를 거부한 채 지역구로 내려 가 칩거하다시피 하고 있다. 주 의원은 새정치연합 안에서 유일한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그의 빈 자리는 크다. 박주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친노 계파 해체, 중도개혁정당으로의 혁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승리가 어려우며 광주시민이 이 당을 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호남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DJ의 동교동계 출신 한 인사는 “사실 호남의 민심은 친노 세력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광주와 전남북 지역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대단하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호남 의원들이 자구책 모색을 위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치연합 소속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호남 민심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DJ 정신’ 계승을 표방하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명분 없이 호남 신당을 만든다면 지역주의에 기댄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호남 민심을 얻을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호남 정치권 내에선 두 갈래로 활로가 모색되고 있다. 하나는 4·29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재입성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을)과 손을 잡아 호남 민심에 호소하는 길이다. 천 의원은 ‘호남이 주도하는 전국적 개혁정당론’을 설파하면서 우회적으로 호남신당 창당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호남 지역 전부에 총선 후보를 내고 싶다는 말도 했다. 여기에는 박주선 의원 등도 동의한다. 박 의원은 “호남에서 출발해서 호남을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만들어서 전국정당으로 확산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 문재인 대표체제에 비판적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동참할 여지가 좁아진다는 데 한계가 있다. 호남 정당이란 울타리에 갇힐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대권주자 없는 호남신당?
이 때문에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노계에선 누군가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가 참여해야 신당 창당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안철수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대권주자가 호남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시 거론되는 것도 야권의 이 같은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반 총장은 ‘성완종 파문’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데다, 조카의 국제 사기 의혹에 휘말려 대망론에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반기문 대망론(大望論)’이 ‘반기문 대망론(大亡論)이 됐다는 야유도 터져 나온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변 수사가 이어지면 반 총장이 또 다른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기 주자로서의 효용가치가 완전히 상실된 건 아니다. 본인도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내 이름은 빼 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아 여지를 남겼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그의 이름만 포함시키면 1위를 기록한다.
따라서 ‘반기문 대망론’이 완전히 소멸된 건 아니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반 총장이 DJ 정신을 계승하려는 ‘난닝구’들과 손잡을 경우 새로운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 권노갑 고문 등이 거론했던 이른바 ‘뉴 DJP 연합론’이다. 호남의 DJ는 1997년 대선 때 충청의 JP(김종필 전 총리)와 연합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권을 창출한 바 있다. 이번에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이 대권 주자로 나서고 호남 정치권이 연대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계에서 문 대표가 승부수로 던진 ‘계파를 초월한 혁신위’ 구성을 외면하는 것도 실제로는 지금의 새정치연합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구도로는 어떤 유형의 혁신안이 나와도 당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보고 친노와 결별하는 모양새와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이나 천정배 의원 같은 대안도 있다. 12년 전의 ‘빽바지’와 ‘난닝구’ 충돌에선 ‘빽바지’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최종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야당에서 ‘빽바지’와 ‘난닝구’가 오월동주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친노는 당에서 ‘DJ 색채’를 빼려하고, 비노는 ‘노무현의 유산정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지금 새정치연합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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