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 경찰 부르는 이상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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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류재복 작성일 15-02-27 17:59본문
운동하다 가볍게 몸을 부딪쳤다거나 차량 경적을 울렸다는 등 사소한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점차 충동적인 범죄가 늘고 분노 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세태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7일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8시 15분쯤 양천구 목동동로 양천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무역업자 조모(43) 씨와 회사원 이모(44) 씨는 서로 몸이 부딪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
조 씨 등은 서로 발길질을 하고 주먹다짐을 하다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조 씨는 이 씨 멱살을 잡고 발로 다리를 한 대 걷어찼고, 이 씨는 주먹과 발로 조 씨 얼굴과 다리를 때렸다. 이들은 술에 취해 사리 분별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 말짱한 상태였지만 끓어오르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다가 경찰 신세를 진 것.
애완견을 보고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욕을 한 여성은 모욕 혐의로 고소돼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9일 오후 9시 40분쯤 강서구 화곡동 한 길가에서 김모(31) 씨가 부인과 함께 애완견 시베리아허스키를 산책시키다 갑자기 개를 발견한 주민 이모(여·50) 씨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이 씨는 "깜짝이야 ×××" "개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욕설이 담긴 항의를 했다. 김 씨는 이 씨가 자신을 심하게 모욕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차에서 내려 뒤차 운전자를 폭행한 30대 남성도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25일 오후 7시쯤 강서구 방화동의 한 도로에서 이모(33) 씨가 하모(60) 씨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와 하 씨는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앞서가던 이 씨가 서행하자 하 씨가 비켜 달라고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이 씨가 차에서 내려 하 씨에게 화를 내고 시비 끝에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사소한 일들로 경찰까지 와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가 많은데 상호 간에 화해나 합의가 잘되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압축성장의 부작용, 과도한 경쟁에 몰린 사람들의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따지고 화내는 습성이 생기고 충동적으로 변한 탓"이라며 "전반적으로 분노하고 따지는 쪽으로만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영향이 사건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재복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