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발달장애인 가정 참사 추모 기자회견및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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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덕기자 작성일24-05-21 21:49 조회307회 댓글0건본문
추도사
또다시 사회적 타살에 스러져간 분들의 영전에 꽃을 바칩니다
벚꽃이 지고 나무들이 푸르러 가는 5월, 충북 청주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함께 세상을 버렸습니다. 가족의 달이라고 모두가 분주했던 날에, 우리는 또다시 들려온 참사 소식에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우리는 또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짓고, 가슴을 움켜쥐고, 또 분노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는 한 해에 열 건을 훌쩍 넘기며 이어져 왔습니다. 비극적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우리는 그게 마지막이길 간절히 빌었지만, 번번이 그 소원은 어긋났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 허공으로 난 문을 열고 서있거나, 절벽 앞에서 망연히 서있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것은 내 모습일 때도 있고,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동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죄스러워 우리는 가슴이 조여옵니다. 도대체 누가 우리를 허공에 세우는 겁니까.
장애인 가족이 목숨을 버리며 고발한 사회적 타살이 도대체 몇 번입니까. 청주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일가족 참사는 단순한 개별적 비극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무능력이, 어떻게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정부는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의지없는 정부를 가진 불행한 시민은, 가장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눈물에서 울음으로, 울음에서 통곡으로 비명을 지르다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목숨과 함께, 살고자 했던 스스로의 의지를 끊어냅니다.
청주에서 돌아가신 세 분 가족은 지적장애를 갖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20여년 전 돌아가시고, 아들은 중증 지적장애가 있음에도 같은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누나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이들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했으나, 가족의 삶은 사회적 돌봄으로부터 소외되고 방치되었습니다. 지자체는 이들의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말로 죽음의 방조를 변명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정부가 장애인 가족의 삶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우리는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확인하며 분노합니다.
이들 가족은 통장과 함께 자신들의 장례까지 챙겨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토록 단정한 삶을 살고자 몸부림쳤을 이 가족이 끝내 절망에 이른 것은 누구 때문입니까. 절벽에 섰을 이들의 허리춤을 잡아주는 손길이 끝내 닿지 못한 것은 누구 때문입니까.
한 가닥이라도 희망이 있었다면 그 모진 선택을 되돌릴 수 있었겠지요. 왜 국가와 사회는 그 희망이 되어주지 못했을까요. 사회적 돌봄을 가족에게 한없이 미루고 방관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언제까지 용납해야 합니까. 책임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 비극에 대해 청주시와 정부는 엎드려 사죄해야 마땅합니다.
영전에 꽃을 바치며 서럽던 예순 몇 해, 고달팠던 마흔 몇 해의 삶을 마감한 당신들을 가슴으로 안아드립니다. 우리는 부질없는 희망을 꿈꾸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겠습니다. 국가가, 사회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소서.
2024. 5. 21.
울산장애인부모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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