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직업병 갈등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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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7-03-07 05:27 조회1,795회 댓글0건본문
삼성반도체 직업병 갈등 10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고(故)황유미씨가 ‘급성골수백혈병’으로 숨진 지 10주기를 맞은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아버지 황상기(62)씨는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두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가슴이 아프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며 말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이날 개최한 故 황유미 10주기 및 79명의 삼성전자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 기자회견 ‘10년의 외침, 500일의 기다림’에서 “황유미씨가 사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삼성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은 문제가 발생한 뒤 산재 소송을 주재하는 법원과 국회가 여러 차례 업무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영업비밀’이나 ‘자료폐기’ 등을 이유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보건진단서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도 ‘영업비밀 노출’을 이유로 철저히 무시해왔다”며 “지난해 말 대기업 총수 청문회에서 공개된 삼성 측 원본 보고서에 당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보호 장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자체 대책위원회를 수립해 피해자 일부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점도 비판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은 자체적으로 160여명의 보상 신청을 접수 받아 12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하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산정한 보상금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치료와 생계를 보장하는데 턱없이 부족했지만 구체적인 산정 내역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은 이어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배제없는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재발방지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삼성 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삼성 측은 “담당자가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반올림은 20여분 동안 철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지만 결국 서명지가 담긴 상자를 안고 발길을 돌렸다. 직업병 문제가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삼성 측은 “여러 차례 작업환경 실태와 직업병 의심 사례를 조사했지만 작업장 환경과 질병 간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올림은 그러나 “안전보건공단이 2012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반도체 공장에서 노출 가능한 독성물질만 49종임이 밝혀졌는데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가족대책위원회의 요구를 중심으로 지난 2014년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도출한 권고안 이행 여부 등을 두고도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조정위는 이듬해 7월 “삼성전자가 총 1000억원을 출연해 이 중 700억원은 피해자 보상과 치료에 사용하고, 나머지 300억원으로는 산업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내 옴부즈맨 제도‘ 구성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반올림은 “삼성은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 등 권고안의 17개 조항 대부분을 따르지 않았다”며 “보상 절차 역시 권고안이 아닌 사측의 임의적인 기준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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